패션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옷장 속에 묵직한 검은색 재킷이나 거친 질감의 워싱 데님 한 벌쯤 품고 계실 겁니다. 그중에서도 특유의 모터사이클 감성과 짙은 어둠을 풍기는 브랜드, 바로 ‘네이버후드(NEIGHBORHOOD)’인데요. 오늘은 1990년대 도쿄 우라하라주쿠의 전설을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타키자와 신스케(Shinsuke Takizawa)와 네이버후드의 깊은 뿌리를 조곤조곤 짚어보려 합니다.
화려한 런웨이나 상업적인 마케팅 대신,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기계와 반항적인 서브컬처를 옷으로 풀어내 30년 넘게 독보적인 제국을 일군 이야기입니다. 커피 한잔 곁들이며 편안하게 읽어보세요.
하라주쿠 뒷골목, 여섯 다다미방에서 시작된 반란
1994년 10월, 도쿄 시부야구 진구마에의 비좁은 뒷골목에 아주 작은 매장 하나가 간판을 올렸습니다. 방 크기로 치면 불과 다다미 6장(약 3평 남짓) 정도밖에 되지 않는 허름하고 낡은 공간이었죠. 바로 타키자와 신스케가 친구들과 함께 문을 연 네이버후드의 첫 매장이었습니다.
타키자와 신스케는 원래 패션 디자이너로 훈련받은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나가노현 출신인 그는 1980년대 초 런던으로 건너가 현지 펑크 록 신의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흡수했습니다. 이후 도쿄로 돌아와 DJ와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다가, 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대부 후지와라 히로시가 이끌던 전설적인 힙합 인디 레이블 ‘메이저 포스(Major Force)’에서 8년 동안 비주얼 디렉팅과 그래픽 디자인을 도맡아 일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마케팅이나 유행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친구 서넛이 모여 우리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 작은 아지트가 필요했을 뿐이었죠.”
— 타키자와 신스케
낮에는 레코드판을 만지고 밤에는 친구들과 빈티지 바이크를 타던 그는 결국 자신이 진심으로 열광하는 문화를 옷으로 만들어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네이버후드 1호점은 단순히 옷을 파는 상점이 아니라, 모터사이클 엔진 오일 냄새를 공유하는 도쿄 언더그라운드 청년들의 비밀스러운 아지트였습니다.

모터사이클, 런던 펑크, 밀리터리의 절묘한 삼각편대
네이버후드의 디자인 철학은 아주 명확합니다. 타키자와 본인이 평생 수집하고 탐구해 온 세 가지 아카이브, 즉 ‘빈티지 아메리칸 모터사이클’, ‘영국 런던 펑크’, 그리고 ‘미군 빈티지 밀리터리’가 빈틈없이 맞물려 있습니다.
타키자와 신스케는 단순한 모터사이클 애호가를 넘어 1940~50년대 할리 데이비슨 너클헤드와 팬헤드를 직접 분해하고 조립하는 베테랑 바이커입니다. 바이크를 탈 때 바람을 막아주는 튼튼한 가죽 재킷, 기름때가 묻어도 멋스러운 워크 셔츠, 넘어졌을 때 몸을 보호해 주는 질긴 데님이 자연스럽게 컬렉션의 중심이 되었죠.
여기에 그가 1980년대 런던 거리에서 목격한 펑크의 거친 저항 정신과 패치워크,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 시기 미군의 고증 깊은 M-65, MA-1 재킷 디테일이 합쳐졌습니다. 이 절묘한 삼각편대 위에서 탄생한 대표작이 바로 네이버후드의 상징인 ‘사베지 데님(Savage Denim)’입니다.
- 정교한 디스트로이드 가공: 수작업으로 올을 풀고 덧댄 패치워크
- 리얼한 오일 및 러스팅 워싱: 실제 차고에서 바이크를 수리하며 묻은 듯한 자연스러운 페이딩
- 체인스티치와 가죽 패치: 타협 없는 내구성과 빈티지 복각 디테일
단순히 찢어진 청바지가 아니라, 거친 길 위를 수만 킬로미터 달린 라이더의 훈장 같은 질감을 일본 장인들의 손길로 완벽하게 재현해 낸 것입니다.

짙은 블랙 컬러와 연기를 내뿜는 도자기 향로
네이버후드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바로 ‘블랙(Black)’입니다. 수많은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화려한 네온 컬러나 거대한 로고 그래픽에 기댈 때, 타키자와는 언제나 묵직한 검은색을 베이스캠프로 삼았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검은색은 수많은 색 중에서도 가장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색이며, 좋은 소재와 텍스처를 썼을 때 그 깊이가 극대화된다”고 밝히기도 했죠.
그리고 네이버후드의 미학을 라이프스타일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걸작이 바로 2000년대 후반부터 선보인 ‘인센스 챔버(Incense Chamber, 도자기 향로)’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군 점령기 일본에서 미국 수출용으로 만들던 ‘오큐파이드 재팬(Occupied Japan)’ 도자기 인형에서 영감을 받은 이 세라믹 오브제는 네이버후드의 세계관을 시각과 후각으로 증명합니다. 권총을 쥔 손, 해골, 독수리 모양의 도자기 향로 안에 콘 향을 피우면, 총구와 해골의 입에서 천천히 푸른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옷을 넘어 생활 공간 전체를 자신들의 반항적인 무드로 물들이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쇼와 시대의 폭주족 미학에서 글로벌 하이엔드로
네이버후드가 전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고립된 브랜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타키자와는 우라하라주쿠 골목길의 형제들과 단단하게 연대했습니다. NOWHERE를 열었던 니고(A Bathing Ape)와 준 다카하시(Undercover), WTAPS의 니시야마 테츠, 그리고 굿이너프의 후지와라 히로시까지. 이들은 서로의 매장을 오가며 티셔츠를 교환하고,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파도를 만들었습니다.
과거 쇼와 시대 일본 밤거리를 질주하던 폭주족(보소조쿠)과 불량 청소년들의 반항적인 하위문화 코드는, 타키자와의 손을 거쳐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과 결합하며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복식 예술로 승화되었습니다. 영국의 럭셔리 매거진이나 글로벌 바이어들이 하라주쿠의 이 어두운 매장으로 날아와 줄을 서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이 ‘진정성(Authenticity)’에 있었습니다.
| 구분 | 네이버후드(NEIGHBORHOOD) 아카이브 요약 |
|---|---|
| 설립 연도 / 장소 | 1994년 10월, 일본 도쿄 하라주쿠 |
| 설립자 | 타키자와 신스케 (Shinsuke Takizawa) |
| 브랜드 슬로건 | Craft with Pride (자부심으로 빚어낸 만듦새) |
| 핵심 미학 | 빈티지 모터사이클, 런던 펑크, 미군 빈티지 밀리터리, 블랙 모노크롬 |
| 상징적 아이템 | 사베지 데님, 레더 라이더스 재킷, 세라믹 인센스 챔버 |
브랜드가 문을 연 지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네이버후드의 옷 안쪽 탭에는 여전히 한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Craft with Pride (자부심으로 빚어낸 만듦새)”
유행을 좇기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기계와 하위문화에 평생의 자부심을 바친 타키자와 신스케. 그의 고집스러운 신념이 있었기에, 네이버후드는 오늘도 전 세계 서브컬처 마니아들의 심장을 요란한 바이크 배기음처럼 울리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및 아카이브 출처
- W. David Marx, 『Ametora: How Japan Saved American Style』, Basic Books, 2015.
- Osamu Nagahama, 『The Tokyo Hundreds: Harajuku 1999-2014』 & 『The Tokyo Hundreds 2』, Space Shower Books.
- Type 7 Magazine, 「NEIGHBORHOOD: Born Out of a Love of Machines」 (Creative Director Shinsuke Takizawa Interview), 2025.
- Hypebeast Archive, 「Shinsuke Takizawa on 20+ Years of NEIGHBORHOOD and Japanese Streetwear Ori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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