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라하라 골목에서 출발한 수많은 스트리트 브랜드 중에서도 유독 묵직한 고집을 지켜온 레이블이 있습니다. 바로 니시야마 테츠(Tetsu Nishiyama, 일명 TET)가 1996년에 설립한 더블탭스(WTAPS)입니다.
흔히 밀리터리 룩이라고 하면 단순히 군복 무늬를 흉내 내거나 야전상의를 그대로 카피한 옷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더블탭스가 걸어온 길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실제 군용 규격(Mil-Spec)의 구조적 디테일을 철저히 탐구하면서도, 이를 도쿄 거리에서 매일 입을 수 있는 단정한 일상복으로 다듬어냈죠. 오늘은 30년 가까이 마니아들의 깊은 지지를 받아온 더블탭스의 시작과 고유한 철학을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사격술에서 따온 이름, 그리고 ‘미야다이쿠’의 철학
브랜드명 ‘WTAPS’는 군사 전술 사격에서 유래했습니다. 첫 발을 쏘고 곧바로 같은 표적에 두 번째 탄환을 명중시켜 대상을 확실히 제압하는 기술인 ‘더블 탭(Double Tap)’을 축약한 이름이죠. 1993년 스케이트보드와 펑크 문화의 저항성을 실크스크린 그래픽으로 표현하던 ‘FPAR(40% Against Rights)’을 운영하던 테츠는, 그래픽을 넘어 순수한 의복 자체의 완성도를 겨냥하겠다는 각오로 1996년 더블탭스를 시작했습니다.
더블탭스의 제품 라벨이나 룩북을 보면 늘 반복해서 등장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Placing things where they should be (あるべきものをあるべき場所へ)”
있어야 할 물건을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 둔다는 뜻입니다.
니시야마 테츠는 이 철학이 일본의 전통 목조 건축 장인인 ‘미야다이쿠(宮大工)’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미야다이쿠는 못을 전혀 쓰지 않고 오직 나무의 결만을 맞추어 사찰을 짓는 장인들입니다. 그들은 곧게 뻗은 완벽한 목재뿐만 아니라 옹이가 박히거나 뒤틀린 나무조차 버리지 않고, 각 나무의 성질에 꼭 맞는 기둥이나 서까래 자리로 배치합니다. 테츠 역시 이처럼 군복의 포켓, 지퍼, 스티치, 원단 하나까지도 제자리에 정확히 놓여 있을 때 비로소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옷이 완성된다고 보았습니다.

밀스펙(Mil-Spec) 라벨과 대표작 ‘정글 스톡’

더블탭스 옷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군용 규격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라벨입니다. 미 육군의 보급 라벨 형식을 차용하여 제품의 일련번호, 소재 혼용률, 제작 연도, 그리고 브랜드의 슬로건이 빼곡하게 인쇄되어 있죠.
재미있는 점은 사이즈 표기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S, M, L, XL 대신 군 통신에서 사용하는 나토 음성 알파벳(NATO phonetic alphabet)을 따릅니다.
- SIERRA (S)
- MIKE (M)
- LIMA (L)
- X-RAY (XL)
이러한 절제된 디테일의 정점을 보여주는 아이템이 바로 M-65 필드 재킷과 정글 스톡(Jungle Stock) 카고 팬츠입니다. 베트남전 당시 정글 퍼티그 팬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정글 스톡은 튼튼한 립스탑(Ripstop) 및 코튼 코듀라 원단을 바탕으로, 수납용 포켓의 각도와 위치를 도쿄 시내를 걷는 사람의 손동작에 맞추어 미세하게 재조정했습니다. 군복 특유의 투박함은 지우고, 박시하면서도 단정한 실루엣을 남긴 것입니다.
| 대표 아이템 | 원형 밀리터리 아카이브 | 더블탭스 고유의 재해석 포인트 |
|---|---|---|
| M-65 Jacket | 1965년 미 육군 야전상의 | 묵직한 고밀도 면 원단, 현대적 칼라 형태와 내부 퀼팅 사양 |
| Jungle Stock | 1960년대 정글 퍼티그 카고 팬츠 | 주머니 위치 재설계, 립스탑 소재 기반의 단정한 테이퍼드 핏 |
| BUDS LS Shirt | 미군 유틸리티 워크 셔츠 | 가슴 명찰 패치 변형, 튼튼한 헤비 트윌 원단 적용 |

반스와 슈프림을 사로잡은 도쿄의 밀리터리 감성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더블탭스는 일본 내수 시장을 넘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기폭제가 된 사건이 바로 반스(Vans)와의 협업이었습니다. 2006년 출시된 ‘크로스본(Crossbones)’ 협업 스니커즈는 반스의 스케이트 하이(Sk8-Hi)와 슬립온 캔버스 전면에 뼈 교차 자수 문양을 정갈하게 수놓으며 글로벌 스니커즈 신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이후 뉴욕의 대표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Supreme)과의 협업 역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도쿄의 소형 매장이나 편집숍 ‘블랙플래그(Blackflag)’, 이후의 ‘GIP-STORE’ 등에서만 극소량 판매되던 더블탭스는 점차 뉴욕, 런던, 파리의 패션 애호가들이 도쿄 방문 시 반드시 들러야 하는 성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한 그래픽 대신 묵직한 만듦새와 시간이 지날수록 멋이 드는 원단 감으로 승부했기 때문입니다.

▲ 2006년 출시된 WTAPS x Vans 크로스본 스케이트 하이
일상복이라는 유니폼으로 완성된 아카이브
니시야마 테츠는 옷을 화려한 예술 작품으로 포장하기보다는, 매일 아침 고민 없이 꺼내 입는 ‘일상의 유니폼’으로 바라봅니다. 낡을수록 은은하게 바래는 올리브 드랩(Olive Drab)과 네이비 컬러, 세탁기를 수없이 돌려도 틀어지지 않는 견고한 봉제는 브랜드가 지난 세월 동안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왔는지 잘 보여줍니다.
군복이라는 철저한 기능주의 복식에서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도쿄 거리의 감각을 더한 더블탭스. 유행이 빠르게 지나가는 오늘날에도 ‘있어야 할 자리에 물건을 둔다’는 테츠의 고집은 옷장 속 든든한 존재감으로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및 아카이브 출처
- W. David Marx, 『Ametora: How Japan Saved American Style』, Basic Books, 2015.
- Tetsu Nishiyama, Official Interview with Belief Moscow (“Placing things where they should be”), 2012.
- Heddels Archive: “WTAPS: Tapping Into Tetsu Nishiyama’s Subversive Label”, 2019.
- Highsnobiety Hardcover: “Brands You Know But Don’t Know Much About: WTAPS”, 2020.
- WTAPS Official Catalog & Philosophy Documents (Feature: From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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