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뒷골목의 펑크 키드가 파리로 향하기까지
1990년대 초반 도쿄 하라주쿠의 좁은 골목, 이른바 ‘우라하라(Ura-Harajuku)’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던 셀렉트숍 ‘노웨어(NOWHERE)’가 문을 연 곳입니다. 이 매장의 공동 창업자이자 밴드 ‘도쿄 섹스 피스톨즈’의 보컬로 활동하던 청년이 있었습니다. 섹스 피스톨즈의 조니 로튼을 쏙 빼닮아 ‘조니오(Jonio)’라 불리던 준 다카하시(Jun Takahashi), 바로 브랜드 언더커버(UNDERCOVER)를 세상에 내놓은 주인공입니다.
언더커버는 펑크 록의 반항 정신과 스트리트웨어를 절묘하게 버무리며 도쿄의 젊은 세대를 열광시켰습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언더커버는 도쿄 로컬 서브컬처 팬들이 열광하는 스트리트 브랜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래픽 티셔츠와 스웨트셔츠가 주를 이루는 길거리 패션이 파리의 엄격한 오트 쿠튀르 무대와 맞닿을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죠.
그런 그를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무대로 이끈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의 설립자 레이 가와쿠보였습니다.
마치며: 우리가 언더커버를 기억하는 이유
언더커버의 슬로건은 여전히 “We Make Noise, Not Clothes(우리는 옷이 아닌 소음을 만든다)”입니다. 준 다카하시에게 옷은 단순히 몸을 감싸는 상품이 아니라, 시대에 질문을 던지고 통념을 뒤흔드는 확성기였던 셈입니다.
하라주쿠 뒷골목의 작은 티셔츠 가게에서 시작해 레이 가와쿠보의 인정을 받고, 마침내 파리 쿠튀르의 높은 벽을 허물었던 언더커버의 여정. 옷 한 벌에 담긴 반항과 정교한 만듦새를 음미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2002년의 ‘SCAB’ 컬렉션은 지금 다시 보아도 가슴 뛰는 울림을 줍니다.
참고 문헌 및 아카이브 출처
- W. David Marx, 『Ametora: How Japan Saved American Style』, Basic Books, 2015.
- System Magazine, “The legendary Jun Takahashi”, Issue No. 11, 2018.
- Highsnobiety, “How Jun Takahashi Went From Punk Outsider to Nike Collaborator”, Archive Feature, 2019.
- Undercover 25 Year Retrospective Exhibition Archive (Tokyo Opera City Art Galler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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