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카운트(FULLCOUNT) 역사와 짐바브웨 코튼: 1108·0105 잠옷처럼 편한 오사카 데님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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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는 왜 불편해야 할까?” 츠지타 미키하루의 물음

1990년대 초반, 일본 오사카는 전 세계 빈티지 패션 마니아들의 성지였습니다. 미국에서 수입된 1940~50년대 데드스톡 리바이스(Levi’s)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가 편집숍으로 몰려들었죠. 하지만 1980년대 후반을 지나며 미국 공장들이 대량 생산형 직기로 전환하자, 과거의 투박하면서도 매력적인 원단 질감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오사카를 중심으로 오리지널 빈티지 데님을 직접 되살리려는 장인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이 바로 전설적인 ‘오사카 파이브(Osaka Five)’입니다.

오사카의 유명 빈티지 숍 ‘라피느(Lapine)’에서 일하던 츠지타 미키하루(Mikiharu Tsujita) 역시 빈티지 리바이스 501XX에 깊이 매료된 청년이었습니다. 훗날 에비스(Evisu)를 만드는 야마네 히데히코와 함께 일하던 그는 1992년, 자신만의 이상을 담은 브랜드 ‘풀카운트(FULLCOUNT)’를 설립합니다. 야구에서 투수와 타자가 물러설 곳 없이 맞서는 ‘풀카운트(3볼 2스트라이크)’처럼, 타협 없는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결의가 담긴 이름이었습니다.

당시 복각 데님 시장에는 확고한 불문율이 하나 있었습니다. “진짜 복각 청바지는 두껍고 빳빳해서 입었을 때 살갗이 쓸릴 정도로 불편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었죠. 많은 브랜드가 무겁고 거친 헤비웨이트 원단으로 무장했습니다. 하지만 츠지타의 생각은 정반대였습니다. “매일 입고 싶지 않은 옷이 과연 진짜 좋은 옷일까? 청바지도 티셔츠나 잠옷처럼 몸에 부드럽게 감겨야 한다.” 풀카운트의 혁신은 바로 이 소박한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짐바브웨 코튼(Zimbabwe Cotton): 현미경으로 찾아낸 해답

츠지타 미키하루는 자신이 소장하던 1940~50년대 빈티지 501XX를 가위로 자르고 한 올 한 올 실을 풀어 현미경으로 관찰했습니다. 원단의 비밀을 물리적으로 규명하려 한 것이죠.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전후의 미국산 데님은 오늘날 대량 재배되는 짧고 거친 면화가 아니라, 섬유 길이가 길고 유연한 양질의 목화로 짜여 있었다는 점입니다. 세월이 흐르며 부드러워진 게 아니라, 애초에 원료부터 달랐던 것입니다.

해답을 찾기 위해 전 세계 목화 산지를 수소문하던 츠지타는 1994년 무렵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산 초장섬유 목화(Zimbabwe Cotton)를 만나게 됩니다. 짐바브웨의 해발 고지대에서 자라는 이 목화는 기계의 거친 톱니바퀴 대신 농부들이 손으로 일일이 수확하는 유기농 면화였습니다. 기계 수확 시 섞이는 불순물이나 섬유 손상이 전혀 없어, 섬유 가닥(Staple)의 길이가 매우 길고 균일했습니다.

초장면 특유의 가늘고 긴 섬유는 꼬았을 때 공기층을 풍부하게 머금으며, 실크처럼 은은한 광택과 뛰어난 내구성을 동시에 지닙니다. 게다가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방출하는 성질이 탁월해 피부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습니다. 당시 데님 업계에서는 “이 비싸고 부드러운 드레스 셔츠용 목화로 작업복인 청바지를 만든다는 건 미친 짓”이라며 츠지타를 만류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세계 최초로 데님 원단에 짐바브웨 코튼 100%를 사용하는 도전을 강행했습니다.

오카야마의 구형 셔틀 직기와 13.7온스의 황금비율

최고급 목화를 확보했다고 해서 이상적인 데님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츠지타는 일본 직물의 메카인 오카야마 고지마로 내려가 1940년대에 쓰이던 도요다 구형 셔틀 직기(Vintage Shuttle Loom)를 복원했습니다. 최신 에어제트 직기와 비교하면 작업 속도가 턱없이 느렸지만, 좌우로 왕복하는 셔틀이 원사를 느슨하게 교차시키며 손으로 짠 듯한 자연스러운 요철감(Slub)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풀카운트의 시그니처가 바로 ‘13.7온스(oz)’ 오리지널 셀비지 원단입니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13.7온스는 짐바브웨 코튼의 숨결이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되는 무게였습니다. 직조 텐션을 극도로 느슨하게 유지했기 때문에 원단 조직 사이에 공기가 통하고, 세탁할수록 섬유가 부풀어 올라 더욱 부드러워졌습니다. 풀카운트의 바지를 입어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입은 채로 잠들 수 있을 정도로 편하다”고 감탄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봉제사 역시 화학 섬유인 폴리에스터를 배제하고 100% 면사(Cotton Thread)만을 고집했습니다. 바지 한 벌에 부위별 장력과 두께를 고려해 12가지가 넘는 전용 면사를 사용했죠. 면사는 인디고 원단과 수축률이 비슷해, 시간이 지나면서 스티치가 당겨지며 아름다운 주름(Puckering)을 형성합니다. 입으면 입을수록 옷이 사용자의 몸에 맞춰 길들여지는 유기적인 구조를 갖춘 것입니다.

0105와 1108: 체형을 따라 익어가는 궁극의 페이딩

풀카운트의 철학을 직관적으로 증명하는 두 축은 바로 ‘0105’와 ‘1108’ 모델입니다.

‘0105 루즈 스트레이트(Loose Straight)’는 1995년 짐바브웨 코튼을 처음 적용해 완성한 풀카운트의 첫 번째 상징작입니다. 1953년 리바이스 501XX의 여유로운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다듬은 모델로, 밑위가 편안하고 허벅지부터 밑단까지 넉넉하게 떨어집니다. 클래식 아메리칸 캐주얼의 정취를 간직하면서도, 걸을 때마다 짐바브웨 코튼 특유의 찰랑이는 드레이프감을 맛볼 수 있어 창립자 츠지타가 가장 아끼는 모델로 꼽힙니다.

반면 ‘1108 슬림 스트레이트(Slim Straight)’는 1966년 리바이스를 모티브로 하여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입니다. 엉덩이와 허벅지는 적당히 잡아주고 무릎 아래로 곧게 뻗어, 단정한 셔츠나 테일러드 재킷 아래에도 훌륭하게 어우러집니다. 밑위가 지나치게 짧지 않아 일상생활에서 장시간 착용해도 압박감이 없습니다.

풀카운트 데님의 진가는 페이딩(경년 변화)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로프 염색(Rope Dyeing) 공정을 거친 원사는 중심부(Core)에 흰색 면심이 온전히 살아있습니다. 짐바브웨 코튼의 부드러운 원단이 착용자의 걸음걸이와 관절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접히면서, 무릎 뒤편에는 벌집 모양의 ‘하치노스(Hachinosu)’, 허벅지에는 수염 모양의 ‘히게(Hige)’가 층위 깊은 그라데이션으로 피어납니다. 거친 사포로 문지른 듯한 인위적인 워싱이 아니라, 착용자의 1년, 3년의 생활 궤적이 자연스럽게 새겨지는 예술적인 에이징입니다.

일상에 스며드는 진정한 헤리티지

풀카운트는 화려한 디테일이나 과장된 로고 플레이로 시선을 끌지 않습니다. 백포켓의 스티치마저 간결하게 정돈하며 오직 ‘원단의 촉감’과 ‘몸에 감기는 편안함’이라는 본질에 집중해 왔습니다. 유행을 좇아 원단을 거칠게 바꾸거나 온즈를 무작정 높이지 않고,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짐바브웨 코튼과 13.7온스의 밸런스를 묵묵히 지켜왔습니다.

패션은 몸을 옥죄는 불편함을 견디는 수고가 아니라, 매일 아침 손이 가장 먼저 가는 편안함이어야 한다는 것. 츠지타 미키하루가 짐바브웨의 목화밭과 오카야마의 직기 사이에서 찾아낸 이 단순한 진리는 오늘날 풀카운트를 단순한 복각 브랜드를 넘어 대체 불가능한 클래식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헤리티지와 사이즈 가이드

Q. 풀카운트의 대표 시그니처인 1108과 0105의 핏 차이는?

A. 0105는 1953년 클래식 리바이스를 모티브로 한 넉넉한 와이드 스트레이트 루즈핏입니다. 반면 1108은 밑단으로 가면서 완만하게 좁아지는 슬림 스트레이트 실루엣으로, 한국인 체형에 가장 현대적이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베스트셀러 모델입니다.

Q. 짐바브웨 코튼(Zimbabwe Cotton)은 왜 데님에 최고로 꼽히나요?

A. 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직접 수확하는 초장섬유 목화로, 실의 탄력과 유연성이 뛰어나고 광택감이 우수합니다. 땀 흡수력이 탁월하여 신품 상태에서도 다른 복각 데님 특유의 뻣뻣함 없이 부드러운 착용감을 선사합니다.

참고 문헌 및 아카이브 출처

  • W. David Marx, 『Ametora: How Japan Saved American Style』, Basic Books, 2015.
  • Heddels, “A Look At Zimbabwe Cotton with Full Count’s Mikiharu Tsujita”, 2014.
  • Fullcount Co., Ltd. Official Archive, 『FULLCOUNT PRESS / The Production Background of FULLCOUNT Denim』, 2025.
  • Robin Denim, “A Conversation With Founder and Owner of FULLCOUNT Mikiharu Tsujita”, 2021.
  • Lightning Magazine, 『Vintage Denim Complete Book (ヴィンテージデニム完全読本)』, Ei-Publishing,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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