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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웨어하우스(Warehouse) 역사와 데드스톡 블루: 1인치 8땀까지 집착한 시오타니 형제의 복각

    웨어하우스(Warehouse) 역사와 데드스톡 블루: 1인치 8땀까지 집착한 시오타니 형제의 복각

    웨어하우스(Warehouse)의 탄생: 21세 쌍둥이 시오타니 형제가 내건 ‘충실한 복원’

    1990년대 중반, 일본 패션계는 유례없는 빈티지 데님 열풍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건너온 1940~50년대 리바이스 중고 바지 한 벌이 수십만 엔을 호가하던 시절이었죠. 스튜디오 다티잔, 드님, 에비스, 풀카운트가 차례로 등장하며 이른바 ‘오사카 파이브(Osaka Five)’의 전설이 완성되어 가던 1995년, 가장 늦게 합류한 막내 브랜드가 바로 ‘웨어하우스(Warehouse & Co.)’였습니다.

    브랜드를 세운 주인공은 1973년생 쌍둥이 형제인 시오타니 켄이치(Kenichi Shiotani)와 시오타니 코지(Koji Shiotani)였습니다. 창업 당시 두 사람의 나이는 불과 21세였습니다. 10대 시절부터 오사카의 아메리카무라 빈티지 숍을 드나들며 헌 옷에 푹 빠져 살던 형제는, 에비스(Evisu)의 창립자 야마네 히데히코 밑에서 일하며 청바지 제작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꿈꾼 옷은 에비스처럼 독창적인 페인팅을 뽐내는 개성파 데님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오직 하나, 1940~50년대 전성기 미국 워크웨어의 오리지널리티로 향해 있었습니다.

    “우리의 디자인을 더하지 않는다. 빈티지 원형 그대로를 완전무결하게 복원한다.”

    형제는 ‘진짜 빈티지 의류의 충실한 복원(The faithful reproduction of authentic vintage garments)’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웨어하우스를 출발시켰습니다. 오사카 파이브 중 가장 늦게 출발한 만큼, 앞선 선배 브랜드들이 미처 닿지 못한 마이크로 단위의 정밀한 고증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였습니다.

    실 한 올과 바느질 땀수의 집착: 면사(Cotton Thread)와 1인치 8땀의 미학

    청바지를 복각한다고 하면 대부분 원단의 두께(온스)나 셀비지의 붉은 선에 먼저 주목합니다. 하지만 시오타니 형제의 집착은 바지를 꿰매는 ‘실’에서부터 시작되었죠.

    현대 의류 공장에서는 질기고 잘 끊어지지 않는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코아사(Core thread)를 봉제사로 씁니다. 작업 효율이 높고 불량률이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웨어하우스는 작업자의 효율 따위는 완전히 무시한 채, 100% 면사(Cotton Thread)만을 고집했습니다. 면사는 잘 끊어지고 재봉틀 속도도 빠르게 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왜 면사였을까요? 답은 ‘경년변화(Aging)’에 있습니다.

    데님이 세월을 만나 낡아가고 물이 빠질 때, 폴리에스터 실은 색이 바라지 않고 반짝거리며 겉돕니다. 반면 100% 천연 면사는 인디고 원단과 함께 수축하고, 자외선과 땀에 의해 서서히 산화되며 원단과 같은 속도로 바래집니다. 시간이 흘렀을 때 실밥마저도 자연스럽게 낡아 닳아 없어지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내려면 면사 봉제 외에는 대안이 없었던 것이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시오타니 형제는 오리지널 빈티지 리바이스를 돋보기와 마이크로미터로 들여다보며 실의 굵기(번수)와 바느질 땀수(Stitch per inch)를 해부했습니다. 허리 밴드, 코인 포켓, 밑단 등 부위마다 사용된 1인치당 땀수가 6땀인지, 8땀인지 철저히 계산했고, 윗실과 밑실의 장력 차이까지 빈티지 봉제 방식 그대로 맞췄습니다. 전설적인 구형 체인스티치 봉제기 ‘유니온 스페셜 43200G’로 박음질한 밑단이 세탁 후 빨랫줄처럼 똬리를 틀며 말려 올라가는 ‘로핑 이펙트(Roping effect)’는 이러한 미시적인 집착 덕분에 탄생했습니다.

    ▲ 공장에 설치된 유니온 스페셜(Union Special) 산업용 봉제기
    ▲ 공장에 설치된 유니온 스페셜(Union Special) 산업용 봉제기
    사진: Тиверополник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전설적인 배너 데님의 탄생: 1930년대 빈티지 원단을 해체하고 분석하다

    웨어하우스의 대표 모델인 ‘Lot 1001XX’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원단이 있습니다. 바로 ‘배너 데님(Banner Denim)’입니다.

    형제는 1930년대 리바이스 매장에서 홍보용으로 걸어두었던 귀중한 빈티지 데님 배너를 손에 넣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액자에 넣어 보관할 역사적 유물이었지만, 시오타니 형제는 이 진귀한 배너를 가차 없이 분해했습니다. 경사와 위사를 한 올씩 풀어내 실의 꼬임 횟수(연사), 면화 섬유의 길이, 불규칙한 요철(슬러브)의 간격을 현미경으로 정밀 분석하기 위해서였죠.

    분석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당시 미국 데님은 단일 품종의 면화로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웨어하우스는 그 당시 텍스처를 고스란히 살리기 위해 미국 텍사스, 애리조나, 테네시에서 수확한 세 가지 면화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남아 있던 구형 ‘도요다 G3’ 셔틀 직기를 찾아내 느린 속도로 덜컹거리며 원단을 짰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13.5온스의 배너 데님은 빳빳하고 두껍기만 한 요즘의 생지 데님과는 차원이 다른 감촉을 선사합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살아있고, 손으로 만졌을 때 투박하면서도 부드러운 온기가 전해지죠. 입으면 입을수록 가로세로로 불규칙하게 하얀 실이 드러나는 페이딩은, 빈티지 청바지 애호가들이 왜 웨어하우스를 두고 ‘궁극의 복각’이라 부르는지 여실히 증명합니다.

    ▲ 전시된 도요다 G형 무정지 셔틀 자동직기 실물
    ▲ 전시된 도요다 G형 무정지 셔틀 자동직기 실물
    사진: Morio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데드스톡 블루(Deadstock Blue): 1947년 황금기 501을 되살린 장인의 경지

    창립 25주년을 맞이했던 웨어하우스는 데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프로젝트를 공개했습니다. 이름하여 ‘데드스톡 블루(Deadstock Blue, DSB)’ 시리즈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시오타니 형제가 수십 년 전 미국 빈티지 딜러의 낡은 창고(Warehouse)에서 처음 마주했던 감동이었습니다.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어두운 고스트 타운 잡화점 구석, 수십 년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잠들어 있던 미착용 데드스톡(Deadstock) 청바지. 방금 공장에서 나온 생지의 쨍한 남색이 아니라, 세월이 흐르며 공기와 닿아 은은하게 산화된 특유의 탁하고 깊은 청록빛 인디고 블루였습니다.

    형제는 25년간 축적된 방적, 염색, 봉제 기술을 총동원해 이 ‘시간이 빚어낸 블루’를 복원했습니다. 7.5번수의 경사와 위사, 은은하게 바랜 핑크 셀비지 라인, 방적 당시의 불순물까지 계산해 넣은 실, 1940년대 특유의 철제 태크 버튼과 산화된 구리 리벳까지 단 하나의 타협도 없었습니다.

    특히 데드스톡 블루 라인의 정점으로 꼽히는 ‘1947 모델(Lot 1001XX / Lot 1000XX)’은 제2차 세계대전의 물자 통제가 끝나고 청바지가 작업복에서 일상 패션으로 승화되던 황금기의 501XX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되살려냈습니다. 밑위가 깊고 무릎부터 밑단까지 유려하게 떨어지는 클래식 스트레이트 실루엣은 입는 이로 하여금 1947년의 샌프란시스코 거리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패션을 넘어 박물관 아카이브로: 웨어하우스가 증명한 데님의 본질

    어떤 사람들은 묻습니다. “요즘 세상에 스판덱스 섞인 편한 바지가 널렸는데, 왜 굳이 80년 전 투박한 바느질과 줄어드는 면사를 고집합니까?”

    웨어하우스에게 청바지는 단순한 계절 유행 상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20세기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산업 공예품이자, 사라져 가는 과거 기술의 기록물입니다. 오죽하면 시오타니 형제는 당시 공장 노동자가 바느질을 하다 삐뚤빼뚤 실수한 땀수나 주머니 안쪽의 비대칭 봉제선까지도 원작의 일부로 보고 그대로 재현할 정도였죠.

    이들의 집요한 광기는 청바지를 패션 소모품의 영역에서 ‘박물관 소장품(Museum Piece)’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청바지 문화를 바다 건너 일본 오사카의 작은 브랜드가 가장 순수하고 깊이 있게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꽤나 역설적이면서도 낭만적입니다.

    유행을 좇느라 피로해진 오늘날, 1인치에 8땀을 정성스레 박아 넣던 장인들의 고집이 담긴 청바지 한 벌을 입어보는 건 어떨까요? 매일 입고 물을 빼며 나만의 시간을 원단 위에 새겨가는 일, 그것이야말로 웨어하우스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데님의 진짜 매력일 것입니다.

    참고 문헌 및 아카이브 출처

    • W. David Marx, 『Ametora: How Japan Saved American Style』, Basic Books, 2015.
    • BEAMS PLUS 공식 기획 인터뷰, 「PHILOSOPHY OF BEAMS PLUS vol.13: Kenichi & Koji Shiotani from WAREHOUSE」, 2019.
    • Heddels Heritage Archive, 「Warehouse & Co. – Behind the Osaka Five Denim Powerhouse」, 2020.
    • Lightning Magazine (エイ出版社), 『Vintage Denim Complete Bible & The Archive of Warehouse』 아카이브 북 컬렉션.
    • WAREHOUSE & CO. 공식 아카이브 카탈로그 및 Deadstock Blue(DSB) 기술 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