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다치산(Studio D’Artisan) 역사와 아카이브: 1979년 시작된 일본 최초 셀비지 데님의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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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오사카, 모두가 효율을 좇을 때 과거로 걸어가다

청바지 뒤쪽 허리춤에 붙은 가죽 패치를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있으신가요? 튼튼한 바지 한 벌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앙증맞은 돼지 두 마리가 엉덩이를 씰룩이며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데님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이 유쾌한 문양의 주인공, 바로 일본 최초의 복각 데님 브랜드인 ‘스튜디오 다치산(Studio D’Artisan)’입니다.

시간을 1970년대 후반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세계 데님 시장은 거대한 효율화의 파도를 타고 있었습니다. 리바이스(Levi’s)를 비롯한 미국의 거대 제조사들은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구형 셔틀 직기(Shuttle Loom)를 과감히 폐기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분당 수백 번씩 실을 쏘아내는 현대식 고속 직기(Projectile Loom)가 들어섰죠. 원단 폭은 두 배로 넓어졌고, 원단 끝단이 풀리지 않게 마감되던 붉은 스티치의 ‘셀비지(Selvedge)’ 가장자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방축 가공(Sanforization) 기술 덕분에 세탁해도 줄어들지 않는 매끈한 원단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효율이 예술을 대체할 때, 가슴 한구석에 깊은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1979년, 프랑스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오사카로 돌아온 디자이너 타가키 시게하루(Shigeharu Tagaki)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구형 직기에서 천천히 짜여 나와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투박하지만, 입을수록 착용자의 몸에 맞춰 근사하게 물이 빠지던 1940~50년대 미국의 옛 워크웨어 청바지를 그리워했습니다.

“다들 편하고 매끈한 것만 찾지만, 진짜 데님의 영혼은 낡은 셔틀 직기가 뿜어내던 불완전한 질감에 있다.”

타가키는 프랑스어로 ‘장인의 아틀리에’라는 뜻을 지닌 ‘스튜디오 다치산’을 간판으로 내걸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셀비지 데님 복각의 첫걸음을 뗐습니다. 훗날 세계 패션계를 뒤흔든 ‘오사카 파이브(Osaka 5)’ 전설의 맏형이 태어난 순간이었습니다.

왜 하필 ‘돼지’였을까? 리바이스를 향한 유쾌한 도발

스튜디오 다치산을 이야기할 때 가죽 패치에 새겨진 마스코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데님 역사에 정통한 분들은 이 패치를 보는 순간 자연스레 웃음을 터뜨리곤 합니다. 바로 1886년부터 이어져 온 리바이스의 상징적인 ‘투 호스(Two Horse)’ 마크를 정면으로 패러디했기 때문입니다.

리바이스는 두 마리의 힘센 말이 양옆에서 청바지를 잡아당겨도 찢어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가죽 패치에 말을 새겼습니다. 이는 미국의 개척정신과 강인한 노동자를 상징하는 불멸의 표식이었습니다. 그런데 타가키는 말 대신 통통하고 익살스러운 돼지 두 마리(이후 ‘인디’와 ‘클리퍼’라는 이름이 붙습니다)를 그려 넣었습니다.

구분 리바이스 (Levi’s) 스튜디오 다치산 (Studio D’Artisan)
패치 모티브 두 마리의 말 (Two-Horse Pull) 두 마리의 돼지 (Indy & Clipper)
상징하는 가치 서부 개척기의 강인함, 실용성과 내구성 장인 정신에 대한 헌신, 유쾌한 풍자와 독창성
브랜드 태도 미국 헤리티지의 오리지널 권위 맹목적 숭배를 거부하고 위트를 담아 뛰어넘겠다는 의지

여기에는 두 가지 재미있는 배경이 숨어 있습니다. 하나는 창업자 타가키의 시골 출신 배경과 친근한 가축에 대한 애정이었고, 다른 하나는 오사카 특유의 상인 문화와 해학이었습니다. 미국 빈티지 데님에 대한 경외심을 품고 복각에 뛰어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유산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신성시하지 않겠다는 당찬 선언이었습니다.

“품질과 장인 정신은 세상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진지하게 파고들되,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한없이 유쾌하고 겸손하게 유지하겠다.”

이 엉뚱한 돼지 패치는 ‘우리는 과거를 흉내 내는 카피캣이 아니라, 우리만의 미학으로 과거를 재해석하는 장인’이라는 스튜디오 다치산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단번에 세상에 각인시켰습니다.

1986년 DO-1의 충격, 3만 엔짜리 청바지가 연 신세계

브랜드 설립 초기, 타가키의 이상은 현실의 벽 앞에서 번번이 좌절을 겪었습니다. 이미 일본 방직 공장들마저 현대화된 지 오래였고, 손이 많이 가고 생산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빈티지 방식으로 원단을 짜주겠다는 공장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수년간 오카야마와 도쿠시마의 장인들을 찾아 설득을 거듭한 끝에, 1986년 마침내 일본 데님 역사에 기념비적인 이정표가 세워집니다. 전설적인 모델 ‘DO-1’의 탄생이었습니다.

DO-1은 1930년대 빈티지 워크웨어의 정수를 오롯이 복원해 낸 명작이었습니다. 허리 뒤편의 신치백(Cinch back), 튼튼한 리벳, 그리고 미국 워크웨어의 실루엣에 프랑스식 패턴 감각을 절묘하게 결합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중을 가장 크게 놀라게 한 것은 29,000엔이라는 상상초월의 가격표였습니다. 1980년대 중반, 일반 기성복 청바지가 백화점이나 편집숍에서 몇천 엔대에 팔리던 시절이었습니다. 3만 엔에 육박하는 작업용 바지가 나왔다는 소식에 대다수 사람들은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아무리 원단이 좋아도 바지 한 벌에 3만 엔이라니,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사겠는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빈티지 아메리칸 캐주얼(아메카지) 열풍이 도쿄와 오사카의 거리 문화를 휩쓸자, 젊은 마니아들의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대량 생산된 얇은 바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묵직한 두께감, 빨면 빨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푸른색의 변화를 경험한 이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DO-1이 쏘아 올린 신호탄은 이후 드ゥ니ーム(Denime), 에비수(Evisu), 풀카운트(Fullcount), 웨어하우스(Warehouse) 등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오사카 파이브’의 물결을 촉발하는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도요타 G3 직기와 도쿠시마의 쪽빛, 고집이 빚어낸 결

그렇다면 스튜디오 다치산의 데님은 무엇이 그리 특별했기에 그토록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데님 애호가들의 교복이 되었을까요? 해답은 ‘원료’와 ‘기계’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타협 없는 기준에 있습니다.

첫째는 반세기 전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한 구형 방직기, 바로 ‘도요타 G3(Toyoda G3)’ 셔틀 직기입니다. 1960년대 중반에 생산된 이 기계는 기계식 직기 중에서도 다루기가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분당 회전수가 현대 직기의 몇 분의 일에 불과할 정도로 느리고, 부품이 닳아 없어지면 숙련된 장인이 일일이 손으로 깎아 맞춰야 합니다. 하지만 장인의 손길로 느릿느릿 실을 엮어낼 때 생겨나는 불규칙한 장력 덕분에, 원단 표면에는 마치 손으로 짠 듯한 거칠고 오돌토돌한 슬러브(Slub) 질감이 살아납니다.

둘째는 일본 전통 천연 인디고 염색인 ‘아이조메(藍染め)’의 고집입니다. 스튜디오 다치산은 화학 염료로 단시간에 염색하는 방식을 넘어, 일본 도쿠시마현에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천연 쪽 염색 기법을 데님에 도입했습니다. 장인이 실타래를 염색통에 담갔다가 공기 중에 노출해 산화시키는 과정을 무려 스무 번 넘게 반복하는 타래 염색(Kasezome)을 고수합니다. 이 지난한 공정을 거친 실은 중심부까지 푸른빛이 깊숙이 스며들어, 세월이 흘러 마찰에 의해 페이딩이 진행될 때 특유의 신비롭고 맑은 코발트블루 빛을 발산합니다.

“우리가 완성해서 고객에게 바지를 건넬 때, 이 청바지는 사실 50%만 완성된 것입니다. 나머지 50%는 바지를 입는 사람이 일상에서 땀을 흘리고, 걷고, 생활하며 만들어내는 시간의 흔적으로 채워집니다.”
— 스튜디오 다치산 매거진 아카이브 인터뷰 중

“청바지는 손님 손에서 완성됩니다” — 40년을 관통한 철학

오늘날 수많은 레플리카 브랜드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스튜디오 다치산은 40년이 넘도록 오사카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히 빈티지 바지를 똑같이 베끼는 ‘복제’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튜디오 다치산의 청바지는 단단하고 빳빳합니다. 첫날 입었을 때는 갑옷을 입은 것처럼 거칠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몇 달, 몇 년을 입고 세탁하는 사이, 뻣뻣했던 면사는 착용자의 골반과 무릎 굴곡에 맞게 부드럽게 길들여집니다. 무릎 뒤편에는 주름을 따라 빗살무늬 페이딩(하치노스)이 선명하게 새겨지고, 주머니 모서리는 스마트폰과 지갑 모양대로 닳아 헤집니다.

제조사가 옷을 완벽하게 끝마쳐 파는 패스트패션의 시대에, 스튜디오 다치산은 옷을 입는 사람에게 ‘완성의 주도권’을 돌려주었습니다. 리바이스의 묵직한 권위를 유쾌한 아기 돼지 두 마리로 받아넘겼던 그 여유처럼, 이들은 가장 치열한 장인 정신을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한 옷으로 완성해 낸 셈입니다.

오늘 퇴근길, 옷장 속에 무심하게 걸려 있는 셀비지 청바지를 꺼내 밑단을 한 번 접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붉은 실선 안쪽에는, 수백 번의 실패를 딛고 일본 데님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간 오사카 장인들의 땀방울과 엉뚱한 돼지들의 유쾌한 미소가 고스란히 숨 쉬고 있으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FAQ): 헤리티지와 사이즈 가이드

Q. 스튜디오 다치산 가죽 패치에 두 마리 돼지가 들어간 이유는?

A. 리바이스의 상징적인 ‘두 마리 말(Two-Horse)’ 패치를 유쾌한 위트와 풍자로 오마주한 것입니다. 말 대신 돼지가 양쪽에서 청바지를 잡아당겨도 찢어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는 장인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Q. 스튜디오 다치산의 대표 시그니처 모델인 SD-101의 특징은?

A. 1950년대 클래식 스트레이트 핏을 기반으로 한 다치산의 영원한 플래그십 모델입니다. 15온스 고밀도 셀비지 데님 특성상 묵직하면서도 특유의 짙은 인디고 푸른빛과 굵은 슬러브 페이딩이 매력적입니다.

참고 문헌 및 아카이브 출처

  1. W. 데이비드 막스(W. David Marx), 『아메토라: 일본은 어떻게 미국 패션을 구원했는가(Ametora: How Japan Saved American Style)』, Basic Books, 2015.
  2. 스튜디오 다치산 공식 아카이브, 『STUDIO D’ARTISAN 40th Anniversary Book & Catalog』, 2019.
  3. 라이트닝(Lightning) 편집부, 『Vintage Denim Bible (All About Selvedge Jeans)』, 에이출판사, 2018.
  4. 헤델스(Heddels), “Studio D’Artisan – Behind the Proprietors Of Japanese Denim As We Know It”, 브랜드 역사 및 DO-1 아카이브 특집 기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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