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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다 셔틀 직기(Toyoda Shuttle Loom) 셀비지 데님의 비밀: 느린 직기와 불규칙한 원사가 만든 오카야마의 걸작

    토요다 셔틀 직기(Toyoda Shuttle Loom) 셀비지 데님의 비밀: 느린 직기와 불규칙한 원사가 만든 오카야마의 걸작

    현대식 에어젯 직기와 빈티지 셔틀 방직기의 결정적 차이

    청바지 밑단을 가볍게 접어 올렸을 때 드러나는 단단하고 깔끔한 마감선, 바로 ‘셀비지(Selvedge)’입니다. 영어의 ‘Self-edge(스스로 마감된 가장자리)’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오늘날 프리미엄 데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디테일로 통하죠. 그런데 왜 현대의 최첨단 기계들은 이 매력적인 셀비지를 만들어내지 못할까요?

    비밀은 바로 방직기의 구조에 있습니다. 현대 방직 공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에어젯(Air-jet) 직기나 프로젝타일(Projectile) 직기는 거대한 생산성을 자랑합니다. 고압의 공기나 미사일 모양의 작은 금속 셔틀을 이용해 씨실(Weft)을 눈 깜짝할 사이에 쏘아 보내고, 원단 끝에 도달하면 실을 매번 가위로 싹둑 잘라버립니다. 이렇게 짠 원단은 폭이 60인치(약 150cm) 이상으로 넓어 재단 효율이 뛰어나지만, 가장자리가 모두 잘려 나가 실이 풀리기 때문에 오버록(Overlock) 재봉틀로 감싸 마감해야 합니다.

    반면 1950년대 전후에 사용되던 목재 셔틀 방직기(Shuttle Loom)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나무로 깎아 만든 묵직한 북(Shuttle)이 실타래를 품고 날실(Warp) 사이를 좌우로 덜컹거리며 쉼 없이 왕복하죠. 씨실이 끊어지지 않고 원단의 좌우 끝에서 자연스럽게 둥글게 되돌아 나오며 스스로 단단한 가장자리를 형성합니다. 원단 폭은 겨우 29~36인치 남짓에 불과하고, 직조 속도는 최신 에어젯 직기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에 머뭅니다. 효율과 대량 생산의 관점에서는 비효율의 극치였던 이 느린 왕복 운동이,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대체 불가능한 셀비지 원단의 탄생 기반이 되었습니다.

    원사 장력의 불균일함이 만드는 요철감: 슬러브(Slub)와 넵(Nep)의 미학

    빈티지 애호가들이 구형 토요다 직기(Toyoda Loom)로 짠 원단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손으로 만졌을 때 오돌토돌하게 전해지는 거친 요철감, 즉 ‘슬러브(Slub)’와 ‘넵(Nep)’입니다.

    현대식 고속 직기는 모든 실에 일정하고 강한 장력(Tension)을 유지하도록 컴퓨터로 정밀하게 제어합니다. 결점 없이 매끄럽고 균일한 원단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죠. 하지만 구형 셔틀 직기는 다릅니다. 기계 자체가 뿜어내는 육중한 진동, 그리고 느슨한 저장력(Low Tension) 세팅 속에서 실은 팽팽하게 긴장하지 않고 숨을 쉬듯 여유를 머금은 채 얽힙니다. 날실과 씨실이 맞물릴 때 생기는 미세한 흔들림 덕분에, 원사 고유의 굵고 가는 불규칙성이 원단 표면에 고스란히 요철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군데군데 실 뭉치가 눈처럼 맺히는 ‘넵’ 현상 역시 구형 방직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날로그적 흔적입니다.

    이 불규칙한 질감은 청바지가 세월을 맞이할 때 마법을 부립니다. 표면이 완전히 평평하지 않기 때문에, 입고 활동하며 마찰이 일어날 때 볼록하게 튀어나온 실의 능선부터 인디고 염료가 서서히 벗겨져 나갑니다. 이를 통해 현대식 원단에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입체적이고 농담 짙은 ‘페이딩(Fade)’이 완성됩니다. 구형 직기의 결함으로 여겨졌던 불균일함이, 데님 애호가들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개성으로 뒤바뀐 셈입니다.

    청바지 밑단 속 붉은 실: 리바이스 콘밀에서 시작된 레드 라인(Redline Selvedge)

    셀비지 데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징이 바로 롤업 속에 숨어 있는 붉은 실선, ‘레드 라인(Redline)’입니다. 지금은 클래식 데님의 시각적 보증수표처럼 쓰이지만, 그 시작은 지극히 실용적인 공장 관리용 마크였습니다.

    192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방직 회사였던 콘밀(Cone Mills)은 리바이스(Levi’s)에 독점적으로 501 청바지용 데님 원단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콘밀의 화이트 오크(White Oak) 공장에서는 수많은 의류 회사의 원단이 함께 직조되고 있었죠. 방직기마다 걸려 있는 원단 롤이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여 작업자들이 원단을 헷갈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콘밀은 리바이스에 납품할 100% 엑스트라 헤비 데님 롤의 양쪽 셀비지 가장자리에 붉은색 면사 한 줄을 넣어 짜기 시작했습니다. 공장 노동자들이 ‘붉은 실이 들어간 원단은 전부 리바이스용’이라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한 것입니다.

    이 단순한 식별용 라인은 1980년대 초 리바이스가 대량 생산을 위해 구형 셔틀 직기를 전면 폐기하고 고속 직기로 전환하기 전까지 501 청바지의 안쪽 솔기를 지켰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복각 데님 브랜드들이 구형 토요다 직기를 돌릴 때 레드 라인을 고집하는 것은, 노동복의 황금기를 관통했던 그 시절의 오리지널리티와 장인정신에 바치는 경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종된 부품을 직접 깎아 돌린다: 오카야마 코지마 노장 직공들의 고집

    1970~80년대, 서구의 거대 섬유 기업들이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구형 셔틀 직기를 고철값에 폐기 처분할 때, 일본 혼슈 서쪽의 세토내해를 끼고 있는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 코지마(児島)의 방직 공장들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쿠라보(Kurabo), 카이하라(Kaihara), 그리고 유수의 소규모 방직소들은 이 버려지던 토요다 직기들을 사들여 공장 한편에 보존했습니다.

    토요다 가문이 자동차 회사(토요타)로 거듭나기 전, 창업주 토요다 사키치(豊田佐吉)가 1924년에 완성했던 혁신적인 자동 셔틀 직기 ‘Type G’의 계보를 잇는 토요다 G3, GL-9 같은 기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계들을 반세기 넘게 돌리는 일은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를 요구합니다. 기계는 이미 50여 년 전에 단종되었고, 교체할 부품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팔지 않습니다.

    기계가 멈추면 오카야마의 70대, 80대 노장 직공들은 폐기된 다른 동종 기계에서 부품을 떼어내거나(Cannibalization), 선반을 켜고 직접 쇠를 깎아 새로운 기어와 나사를 깎아냅니다. 기계의 덜컹거리는 소리만 듣고도 씨실의 텐션이 흐트러졌는지, 셔틀 나무 모서리가 닳았는지 손끝 감각으로 알아챕니다.

    기계 한 대가 한 시간에 짜낼 수 있는 원단은 고작 5미터 남짓. 청바지 두어 벌을 겨우 만들 수 있는 양입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오카야마산 셀비지 데님 앞에 기꺼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까닭은, 그 원단 한 폭에 스며든 시간이 단순히 효율로 환산할 수 없는 인간의 땀과 묵묵한 시간의 무게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일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의 코지마 진즈 스트리트 거리 풍경
    ▲ 일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의 코지마 진즈 스트리트 거리 풍경
    사진: Asturio Cantabrio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자주 묻는 질문 (FAQ): 헤리티지와 사이즈 가이드

    Q. 구형 셔틀 방직기(Shuttle Loom)와 현대식 에어젯 직기의 결정적 차이는?

    A. 에어젯 직기는 공기 압력으로 실을 빠르게 날려 완벽히 균일하고 매끄러운 원단을 대량 생산합니다. 반면 구형 셔틀 직기는 나무 북(Shuttle)이 덜컹거리며 천천히 실을 왕복시켜 원단 가장자리에 풀림 방지 ‘셀비지(Selvedge)’ 라인이 남고, 손으로 짠 듯한 울퉁불퉁한 표면 질감(슬러브)이 완성됩니다.

    Q. 셀비지 데님의 붉은 스티치(레드 셀비지)는 왜 생겼나요?

    A. 1920년대 미국의 콘밀스(Cone Mills) 사가 리바이스 전용 100% 면 데님 원단을 다른 고객사의 일반 원단과 쉽게 구별하기 위해 가장자리 끝에 붉은색 실(Red Line)을 넣어 직조했던 헤리티지 디테일에서 유래했습니다.

    참고 문헌 및 아카이브 출처

    1. W. David Marx, 『Ametora: How Japan Saved American Style』, Basic Books, 2015.
    2. Paul Trynka, 『Denim: From Cowboys to Catwalks』, Aurum Press, 2001.
    3. Toyota Commemorative Museum of Industry and Technology, 「Sakichi Toyoda and the Type G Automatic Loom Archive」, Official Exhibition Monograph.
    4. Kurabo Industries Textile Archive, 「History of KD-8: The Dawn of Japanese Domestic Denim」, Corporate Historical Records.
    5. Lightning Magazine Editorial Department, 『The Denim Book: All About Vintage & Japanese Selvedge』, Ei-Publishing, 2019.